다음은 천안시에서 황순은(가명)씨가 보내온 꿈이야기이다.
1996년 양력 1월 1일 꾼 꿈이라 잊혀지지도 않는다. 우리집은 그
때 슈퍼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추수가 다 끝난 논가에서 남의 집
에 들어가 쌀을 훔쳐온 꿈을 꾸었다. 그날은 꿈이 하도 이상해 "내
가 어떻게 쌀장사를 하는데 남의 것을 훔쳤을까? 말도 않돼 개꿈이
겠지."하고 무심히 흘려 버렸다.
그런데 그 이튿날 난 몸이 피곤했고, 그날따라 눈이 많이 와 밤
12시에 문을 닫았다. 그날도 밖에 내놓은 쌀박스와 모든 물건들을
하나도 빠짐 없이 들여놓았는데, 아침에 일어나 물건을 다 내놓고
살펴보니 아무리 찾아도 봉지쌀 10개 담은 박스가 없어진 것이다.
어느새 내 머리속은 혼동이 되기 시작하였다. 순간 지난밤 꾼 꿈이
떠올랐다. 내가 남의 쌀을 훔쳐 오는 꿈은 어쩌면 내가 쌀 도둑맞
을 것을 꿈으로 예지해 주었는데, 난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꿈속에서 무엇인가를 훔쳐오는 꿈이 현실에서는 도둑을 맞는 일로
실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비슷한 사례로 돈을 잃어버리는
꿈이 현실에서는 돈이 들어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반대로
돈을 주우면 현실에서는 재물이 나가는 일로 실현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가게의 물건을 몽땅 도둑 맞는 꿈을
꾼후에, 아내가 바람나고 자신에게 안좋은 일이 일어난 사례가 있
다.
꿈은 반대다 라는 말이 있지만, 절대적으로 맞는 말은 아닌 것이
다. 다만, 이 경우 겉으로 드러난 일의 결과상 우연하게도 일치하
고 있다. 무엇을 훔쳐온다는 것은 현실에서 자신에게 부족한 무엇
인가를 채우기 위한 행동임을 생각해볼 수 있으며, 이 경우 현실에
서는 재물의 손상이 있을 것을 예지해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꿈의 상징표상은 단순하지 않고, 깊은 속뜻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일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팽이가 빠른 속
도로 회전하고 있는 순간에는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너무나 기쁜
일에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강렬한 부부싸움은 사랑의 표현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극과 극은 통한다 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
리 현실에서도 바꾸어 생각해보게 하는 예를 찾아볼 수가 있다.
비단 현실에서 뿐이랴. 문학에서도 반어와 역설의 기법으로 뜻을
강조하여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선생님이 학생을 야단 치면서
"야, 가방싸서 집으로 가거라"라고 말할 때, 속뜻은 정신차리고
똑바로 공부하지 못 하겠냐 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꿈속에서의 상징표현은 현실에서 일어날 일을 직접적으로
알려준다기보다, 반어적 표현이나 비유나 암시·유추·상징적표현
을 통해 변형시키고 굴절시켜 표현함으로써 보다 뇌리속에 생생하
게 기억되게 함으로써 일깨워주고 예지해주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
다. 즉 꿈의 상징기법은 어떠한 문학가나 작가보다도 훌륭하게 이
루어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겠다.끝.
